시차랩 판정 | 해외: 피트니스 카테고리로 대중화 중 · 한국: 전용 콘텐츠·상품이 생긴 초기 확산
기준일: 2026-08-17
산책을 나가면서 가방을 가볍게 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무겁게 만든다. 배낭이나 중량조끼에 무게를 넣고 걷는 러킹(Rucking)이다. 하는 일만 보면 특별할 게 없다. 군대에서 오래전부터 해오던 군장 행군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이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 Exploding Topics가 집계한 Rucking Backpack 검색량은 5년간 443% 증가해 월 1만 건 수준으로 올라왔고(2026년 8월 확인 기준), 미국에서는 중량조끼 판매도 2025년 5월까지 1년 동안 50% 넘게 증가해 2,700만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는 Circana 집계가 나왔다. 검색량과 중량조끼 판매가 러킹 인구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게를 지고 걷는 운동에 대한 관심과 관련 장비 시장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는 확인된다.
그런데 이 운동은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군대에서는 오래된 행동이, 민간에서는 이제 하나의 이름을 가진 운동이 되고 있다.
러킹은 원래 운동 상품이 아니었다
Ruck은 군인이 장비를 넣어 메는 배낭을 뜻하고,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채 이동하는 것은 군사훈련에서 오래된 방식이다. 지금의 러킹 시장을 키운 대표 업체 GORUCK 역시 군 출신에서 시작했다. 미 육군 특수부대 출신 Jason McCarthy가 2008년 군을 떠난 뒤 만든 회사로, 회사 스스로도 자신의 뿌리를 Special Forces와 Intelligence Community에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초기의 러킹은 지금처럼 운동 앱이나 웰니스 콘텐츠에서 접하는 피트니스 카테고리라기보다 군사훈련과 그 주변 문화에 훨씬 가까웠다. McCarthy는 군을 떠난 뒤 약 30파운드의 무게를 등에 지고 반려견과 걸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이후 장비만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함께 무게를 지고 걷는 이벤트와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즉 러킹의 대중화에서 중요한 변화는 걷는 방식 자체가 아니라, 군사훈련의 한 동작에 이름과 장비, 커뮤니티가 붙었다는 것이다.
그냥 걷는 것과 정말 다른가
무게를 추가하면 같은 걷기라도 몸이 부담해야 하는 일은 커진다. 2006년 실험에서는 체중의 10~20%에 해당하는 중량조끼를 입고 걸었을 때 산소소비량과 상대적 운동강도, 지면에 가해지는 힘이 증가했고, 2026년에 과체중·경도비만 성인 13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체중의 10% 중량조끼를 입었을 때 산소소비량과 심박수, 에너지 소비량이 모두 증가했다. 같은 속도로 걷더라도 외부 중량이 추가되면 운동 부하가 올라가는 방향 자체는 연구에서 확인되는 셈이라, 러킹을 단순히 ‘가방을 멘 산책’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다만 여기서 러킹은 달리기보다 무조건 좋다, 뼈가 강해진다, 근육이 크게 붙는다처럼 효과를 확대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관련 연구는 대상과 중량, 걷는 속도 등 조건이 다양하고 소규모 실험도 많다. 무게가 늘면 운동 부하만이 아니라 신체에 가해지는 힘도 커지는데, 국내 언론의 전문의 인터뷰에서도 과도한 중량으로 러킹을 하면 허리와 무릎·발목·발바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킹이 대중화됐다는 것이 군장 행군의 무게까지 따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데 왜 지금 다시 뜨는 걸까
한 가지 사건만으로 최근의 상승을 설명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여러 변화가 동시에 보인다.
GORUCK처럼 러킹 자체를 하나의 운동과 커뮤니티로 만든 회사가 오랫동안 시장을 키웠고, 최근에는 웰니스·피트니스 매체들이 러킹을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반복해서 다루고 있다. 2024년에는 러킹을 하면서 업무 미팅을 하는 rucking meeting까지 미국에서 등장했고, 2025년에는 여성과 중장년층을 포함한 일반 피트니스 트렌드로도 소개됐다. 2026년에도 흐름은 이어져서, GORUCK은 현재 러킹을 아예 ‘무게를 등에 지고 걷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입문용 가이드, 전용 백팩, 플레이트 캐리어, 중량조끼와 일일 운동 프로그램까지 하나의 제품군으로 운영하고 있다.
원래 존재하던 행동이 이제는 이름을 검색하고, 전용 장비를 사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하나의 소비 카테고리가 된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안 온 운동일까
해외 트렌드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전형적인 시차를 예상하면 조금 어긋난다. 한국에서도 러킹이라는 단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등장했다. 헬스조선은 2023년 러킹을 미군의 럭 행진에서 유래한 운동으로 소개했고, 2024년에는 별도 기사에서 새롭게 관심받는 다이어트·피트니스 방식으로 다시 다뤘으며, 같은 해 매일경제의 웰니스 트렌드 자료에도 러킹이 포함됐다.
하지만 2026년에는 한 단계 더 들어왔다. 7월 15일 마이클 이스터의 책이 국내에서 아예 『러킹』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고, YES24 출간 직후 집계(7월 16~22일)에서 걷기·달리기 종합 베스트 2위에 올랐다. 전용 장비 시장도 있다. 현재 GORUCK Korea 공식 스토어는 러킹용 Rucker 백팩부터 Rucking Weight Vest, Ruck Plate Carrier 같은 전용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고, 2026년 8월에는 GORUCK과 Niantic이 함께하는 Ingress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며 행사 설명에도 실제 야외 활동과 러킹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러킹이 러닝만큼 대중적인 운동이 됐다고 말할 자료는 아직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 뜨는 낯선 운동’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언론 소개를 넘어 책, 전문 장비, 공식 유통과 실제 행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할까
러킹에서 새로 생긴 것은 무거운 짐을 메고 걷는 행동이 아니다. 사람은 오래전부터 짐을 지고 걸었고, 군대는 그것을 훈련으로 사용해왔다. 지금 달라지는 것은 그 행동이 민간 피트니스 시장에서 하나의 이름을 가진 카테고리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걷기는 익숙하지만 강도가 낮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무게를 더한다’는 아주 단순한 변화가 생겼고, 그 주변에 전용 백팩과 중량조끼, 커뮤니티와 콘텐츠가 붙었다. 한국도 완전히 바깥에 있지는 않다. 2023~2024년이 해외 웰니스 트렌드를 소개하는 단계였다면, 2026년에는 『러킹』이라는 제목의 책과 전문 장비, 국내 공식 스토어까지 나타났다.
새로운 운동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오래된 군장 행군이 ‘러킹’이라는 이름을 얻고, 민간 운동으로 다시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Sources
- Exploding Topics — Rucking Backpack 검색 증가율·검색량 (2026-08 확인)
- GORUCK — Rucking 정의, 회사 역사 및 제품·커뮤니티 자료
- Axios — 미국 중량조끼 시장(Circana 집계) 및 러킹 대중화
- PubMed — 중량 보행의 에너지 소비·생리적 부하 관련 연구 (2006 / 2026)
- 헬스조선·매일경제 — 국내 러킹 소개 및 웰니스 트렌드 자료
- YES24 — 『러킹』 국내 출간 및 걷기·달리기 베스트셀러 집계 (2026.7.16~22)
- GORUCK Korea — 국내 러킹 장비 판매 현황